인하대학교_홍득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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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의존의 당-정관계"「기호일보」2009. 1. 14 2009/01/16
홍득표 님의 글입니다.

 상호의존의 당-정 관계



  쇠망치, 전기톱, 쇠사슬로 망가진 폭력국회를 보면서 많은 국민들은 실망과 분노를 주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국회의 파행 원인에 대하여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청와대의 국회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꼽는 경우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신년국정연설에서 국회만 도와주면 경제 살리기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 후 청와대에서는 소위 쟁점이 되고 있는 엠비(MB)법안 들의 국회 속도전 처리를 주문했다고 한다. 국회가 속도전의 걸림돌이 된다는 청와대의 지적 때문에 여당 지도부가 쟁점법안의 국회강행 처리를 무리하게 밀어 붙이려고 했다면 커다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청와대의 원격조종을 받는 로봇국회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여당과 정부 간의 관계, 혹은 여당과 청와대 관계는 정치발전 차원에서 그 동안 많은 논란이 되어왔다. 이번 사태를 돌아보면서 바람직한 당정관계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일반적으로 정치학에서 당정 간 영향력 관계를 정부우위형, 정당우위형, 상호의존형, 자율형 등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한국은 오랫동안 당정관계가 정부우위형을 유지하여 왔다. 정부는 정당을 크게 의식하지 않았고, 오히려 국회가 행정부의 시녀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여 왔다. 정치의 중심인 여의도가 정부의 주요 정책 결정과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대통령이 여당 총재를 겸직하면서 발생한 제왕적 행태는 국회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훼손시킨다는 문제점 때문에 당권과 대권의 분리, 국회의장의 당적이탈, 자유투표제의 도입 등 제도가 개선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대통령의 국회에 대한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막강한 것이 사실이다.


  한 번도 정당이 주도적으로 정치과정을 이끌어 본 경험이 없다. 청와대 중심의 정치가 일상화되면서 국회는 고무도장이니 통법부니 거수기니 하는 수모를 면치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물론 대통령의 의회관도 문제지만 의원들 스스로 의회 권위를 실추 시킨 책임도 있다. 국정감사나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여당의원들은 몇몇을 제외하고 대부분 국회의원의 신분을 망각한 채 정부의 대변인을 스스로 자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행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의원들이 정부 편을 앞장서서 두둔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는 정치의 중심이 될 수도 없으며, 입법부의 권능을 바로 세울 수 없을 것이다.


  당정관계가 정부우위 형태를 벗어나지 않는 한 의회정치는 활성화 될 수 없다. 여의도는 정치시장이다. 국회가 정부에 예속되어 다양하게 표출되는 국민의 정치적 이익을 취합하는 정치시장의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지 못할 때 입법부의 존재 가치는 사라지게 된다. 여당 의원들이 청와대 지시에 충실하고,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고, 쟁점법안 처리의 속도전 전사로 전락하는 한 국회는 민주주의의 형식요건 충족이외의 다른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대통령 중심제에서 가장 이상적인 당정관계는 자율형이다. 당정 간 자율형을 유지하는 나라에서는 당론보다는 정책내용에 따라서 의원들의 소신에 따른 자유투표가 이루어진다. 미국 상하원의 경우 대통령지지투표(presidential support votes) 현황을 보면 대략 40-80% 수준이라고 알려졌다. 대통령의 정책입장을 지지하는 의원들이 상하원, 정책내용, 소속 정당 등에 따라서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의회가 대통령을 충분하게 견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당정관계가 행정부우위형에서 갑자기 자율형으로 바뀌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과도적으로 최소한 상호의존형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단계적으로 국회와 여당 의원들이 행정부 예속으로부터 해방되는 계기가 마련 될 수 있을 것이다. 청와대의 쟁점법안들에 대한 속도감 있는 연내 처리 주문을 여당이 수용하지 않았다면 이번과 같이 난장판 국회로 발전하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인하대학교 사범대학 홍득표 명예교수 ☎010-5335-7866(CP), E-mail: hongdp@in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