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학교_홍득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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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도 첫 단추가 중요하다”「충청일보」2003. 10. 22 2005/12/17
홍득표 님의 글입니다.

                                          정치에도 첫 단추가 중요하다


 


                                                               홍  득  표(인하대 교수․ 정치학)




  8개월 전 정치개혁과 변화를 내건 젊은 대통령이 취임 했을 때 대통령의 실패는 국민의 불행을 의미하기 때문에 지지자든 반대자든 역사에 남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기대했다. 대통령의 성공여부는 임기 후 평가하는 것이 정상인데 임기 초반 수행실적도 별로 없고 지금쯤 국정 파악과 대통령 직에 대한 학습이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 뜻밖의 평가 기회가 주어졌다.


  대통령은 임기 초반 못 해먹겠다, 하야하지 않는다고 하더니 급기야 재신임 국민투표로 불신을 받으면 물러나겠다는 마지막 말까지 하였다. 대통령이 재신임 카드를 불쑥 커내 대통령, 여야, 국민 모두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누구보다 당사자인 노 대통령이 가장 혼란스러울 것이다. 충격요법의 벼랑끝 승부수가 성공하여 재신임을 받는다면 최측근 비리 문제에 대한 면죄부, 국민의 낮은 지지도 만회, 빼앗긴 정국운영 주도권 회복, 내년 총선에서 통합신당의 유리한 입지 확보 등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국정부실이나 정치개혁의 지지부진 이유를 언론 탓, 야당 탓, 국회 탓으로 돌린 것에 대한 어느 정도 정당성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신을 받으면 불명예스럽게 물러나야 한다. 지지도가 10%대까지 떨어진 인기 없는 대통령 직에서 미련 없이 물러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재신임 국민투표에 대한 야당과 정치적 타결 발언으로 또 말 바꾸기가 아닌지, 속셈은 무엇인지 국민을 헷갈리게 만들었다. 


  여당격인 통합신당은 처음에는 불신임이 두려워 국민투표를 반대하다가 찬성으로 돌아섰고 재신임 국민투표 철회 시사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야당도 노 대통령의 직무수행능력에 대한 회의, 거듭되는 실정, 10~30%의 바닥을 치는 지지도 등 때문에 퇴진운동이나 탄핵문제를 내심 생각했으나 감히 입 밖으로 내지 못하였다. 그런데 울고 싶은 데 뺨 맞은 격으로 대통령 스스로 재신임을 받겠다고 하니 천재일우의 기회로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재신임에 대한 의견이 우세하게 나타나자 당황하면서 재신임 국민투표는 총칼 없는 쿠데타, 재신임 국민투표의 위헌성, 대통령 측근 비리 진상 규명의 선행 등을 내세우면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재신임과 불신임 가능성에 대한 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에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민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국민투표 기회가 온다면 찬성, 반대, 기권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간단한 문제 같다. 그러나 국민은 노 대통령의 국정수행능력과 자질에 대하여 불만이 가득하지만 불신했을 때 예상되는 정국의 혼란과 불확실성 때문에 찬성 쪽으로 기우는 듯한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재신임한다고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이 달리질 것 같지 않다는 데 고민이 있다. 국민의 고심 흔적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여론조사 결과가 정반대로 나타나는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정치가 임기초반의 대통령을 재신임할 것인가, 불신할 것인가 진퇴양난에 빠진 가운데 혼란을 겪는 근본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대통령 선거 하루 전날인 작년 12월 18일 본란에 기고한 글을 재의미하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치에서도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대통령을 잘못 뽑으면 5년 동안 국정이 표류하고 나라 살림살이가 거덜 나 임기가 빨리 끝나기를 기다리면서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 잘못 선택하고 나서 국운이 이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가슴을 치면서 후회한 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대통령 감으로 크는 데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대통령에 당선되었다고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확 바뀔 수 없는 것이다... 각 후보가 과거 걸어 온 길과 지금 걷고 있는 길을 보면 어디로 걸어갈지 미래가 보일 것이다.”






인하대학교 사범대학 홍득표 명예교수 ☎010-5335-7866(CP), E-mail: hongdp@in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