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학교_홍득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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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패배"「기호일보」 2007. 8. 22 2007/08/22
홍득표 님의 글입니다.


아름다운 패배




                                      홍 득 표(객원논설위원, 인하대 교육대학원장)




 지난 20일 정말 모처럼만에 감동적인 한편의 정치드라마를 보았다. 코가 찡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많은 분들이 눈시울을 적셨을 것이다. 바로 17대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경선승복과 백의종군을 선언하는 의연하고 침착한 박근혜 전 대표의 모습을 두고 하는 말이다. 박 전 대표는 어디서 그런 담대함과 여장부다운 기질을 쌓았는가? 기가 막힌 상황에서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는 당당한 자세, 차분한 말솜씨, 북받치는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 냉정함,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는 모습 등은 많은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경박하고 품위 없는 정치인들이 난무하는 정치판이기 때문에 더욱 더 돋보였다.     


  아름다운 패배라고 해도 말이 되는지 모르겠으나 정말 감동을 주고 국민 마음속에 파고드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였다. 짧은 연설이었지만 분명한 메시지가 있었다. 할 말을 다했고 진한 감동을 주었다. 아마도 연설장면을 직접 본 사람들은 오랫동안 그 모습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왜 모두 아름다운 패배라고 입을 모으는가? 경선에서 지고도 이긴 사람보다 더 많은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일까? 무엇이 그토록 국민들을 감동시켰는가?


  무엇보다도 박빙의 패배인데도 불구하고 깨끗하게 승복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모든 여론조사 결과는 담합이라도 한 듯 아니 개표가 진행되는 순간까지도 최소 6%에서 최대 10% 차이로 확실하게 패배한다고 예측했다. 뚜껑을 열어 본 결과 결국 패배는 했지만 모든 여론 조사결과가 터무니없이 빗나갔다. 박근혜 전 대표는 직접투표에서 이기고 여론조사 한 명이 6표를 행사한 것으로 간주하는 불합리한 규칙 때문에 사실상 졌는데도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승자에게 축하를 보냈다. 박빙의 표차로 패배할수록 더욱 더 분통이 터지고 억울하고 패배를 인정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도 패배를 인정했고 결과에 승복했다. 더 나아가 한나라당의 대선 승리를 위해서 당의 화합과 열정을 주문했다.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둘째, 경선과정이 그 어느 때보다 이전투구식으로 치열하게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은 승복여부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경선 막바지에는 특정후보 필패론과 후보사퇴론까지 노골적으로 제기되어 감정의 골이 너무 깊어져 후유증을 심히 염려했던 것이 사실이다. “아름다운 동행”을 전당대회 구호로 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하지만 경선불복에 대한 기우를 말끔히 씻어주고 오히려 감동적인 드라마를 연출하였다. 패자의 경선승복으로 승자는 후보로서의 정당성을 얻게 되었고 우려했던 당의 분열은 일단 외형적으로 봉합되는 모습을 보였다.


  셋째, 한국정치 발전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선에 불복하는 정치인을 보아왔다. 자기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논리를 펴는 정치인들에 식상해 있었다. 최근에는 경선에서 승산이 없자 10년 넘게 먹던 우물에 침을 뱉고 자신을 정치적으로 출세시켜준 당을 떠난 변절자도 목격하였다. 경선불복이나 변절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송두리째 부정한다. 정치발전의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민의 정치교육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의 경선승복은 한국정치 발전의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아름답게 패배한 박근혜 전 대표에게 위로와 더불어 찬사를 보낸다. 이번 패배는 앞으로 더 큰 인물로 성장하라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인지 모른다. 더 멀리보고 더 크게 보고 원칙과 대의에 충실하길 바란다. 이번의 아름다운 패배는 먼 훗날 헛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세상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설사 대통령이 되지 않더라도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것만으로도 성공한 정치인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인하대학교 사범대학 홍득표 명예교수 ☎010-5335-7866(CP), E-mail: hongdp@in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