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학교_홍득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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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교과서 논쟁을 보며" 2013/10/26
홍득표 님의 글입니다.















한국사 교과서 검정 논쟁을 보며
홍득표(인하대 교수, 고등학교 '법과 정치' 교과용도서 검정심의 위원장)







2013년 10월 23일 (수) 09:02:55 충청리뷰 043simin@hanmail.net

교과서는 수업 도구로서 학생들에게 가르칠 학습내용을 제시하고, 학생들이 이를 탐구해 나가도록 하며, 학생의 학습동기를 유발시키는 기능을 수행한다. 우리나라 교과서 제도는 국정과 검·인정을 혼용하고 있다. 교과서 검정업무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한국사와 경제 교과서만 다른 곳에서 맡고 있다. 2013년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심의를 통과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8종의 오류와 편향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교과서 검정업무는 기초조사와 본 심사로 나누어 철통같은 보안 속에 수개월 동안 단계적으로 철저하게 진행된다. 기초조사와 본 심사 위원회는 별도 기구이며, 각각 교수와 교사를 같은 비율로 구성한다. 표기·표현조사위원회는 따로 있으며, 2013년 검정심의에서는 교과서의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하여 자문기구를 설치하였다.


교과서 검정심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한국사 교과서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집필과 검정 과정 모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교과서를 집필할 때 대부분 출판사에서 집필자를 섭외하거나 저자들이 자발적으로 팀을 짜서 출판사와 계약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출판사마다 이념성향이 다르고 집필진을 섭외할 때도 이를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자발적으로 저자를 구성할 경우에도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끼리 팀을 짠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근본적으로 교과서 집필단계부터 편향성이 잉태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검정심의 과정에서 걸러내야 하는데 한국사 교과서의 경우 그러지 못한 것 같다.


검정절차는 엄격한 심사기준에 따라서 매우 치밀하게 진행된다. 심사기준은 국가의 정체성과 관련된 공통기준과 교육과정 준수와 관련된 교과기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가체제 부정 등 공통기준에 한 건만 위배돼도 합격이 어렵다.


교육과정 준수와 관련하여 교육목표의 반영, 내용의 선정과 조직, 내용의 정확성과 공정성 등을 따진다. 예컨대 특정 국가·정권·정치지도자 등의 미화 내지 폄하, 역대 정권의 서술 상 불균형, 태극기, 인공기, 독도 표기, 그림, 삽화, 출처, 저작권, 통계자료 등등을 엄격하게 살펴본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정치인으로 봐야 하는지, 미국 국적인 김용 세계은행 총재를 우리나라 사람으로 볼 수 있는지 등도 논란의 대상이 된다.


기초조사나 검정심의 과정에 위원들의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합의에 도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자기주장이 강하고 외골수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개인의 견해나 신념을 바꾸게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양보를 얻어내고 타협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소통해야 합의에 도달할 수 있으며 검정업무를 효율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다.


「정관정요」(貞觀政要)에 “사람의 의견이라는 것은 항상 같을 수 없는 법. 하기에 옳은가 그른가는 원래 공적인 기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바로 개인의 주관적 입장보다는 학생들의 교과서라는 공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면 이견을 쉽게 조율할 수 있다. 그렇지만 교과서 검정 업무는 위원들 간 입장 차를 합리적으로 조율하고 좋은 분위기 속에서 효율적으로 진행시키기 어렵다. 격론이 벌어지고 심지어 막바지에 투표로 결정하는 경우까지 발생한다.


학생들은 백지상태에서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교과서는 사실에 입각한 정확한 내용을 공정하게 서술해야 한다. 사실관계의 오류가 있어서 안 된다. 일단 검정이 통과된 교과서에 대하여 재수정을 권고한 것은 검정과정이 부실하게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한국사 교과서 논쟁을 보면서 선진국과 같은 교과서 자유발행제 도입은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하대학교 사범대학 홍득표 명예교수 ☎010-5335-7866(CP), E-mail: hongdp@in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