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학교_홍득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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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선장이 될 수 없다" 2014/04/22
홍득표 님의 글입니다.


아무나 선장이 될 수 없다


홍 득 표(인하대 사범대 교수)



제주도로 수행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 학생과 일반승객 470여명을 태운 세월호가 지난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 학부모는 물론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다. 비가 내리는 쌀쌀한 날씨에 모포로 몸을 싸고 팽목항에서 바다를 바라보면서 망연자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던 학부모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학부모는 물론 하늘도 울고 바다도 울고 온 국민이 울고 있다. 희생자의 명복을 빈다. 실종된 학생과 일반승객 모두가 기적같이 무사귀환하길 바란다.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선장의 도덕적 의무 방기와 위기관리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선장이든 여객기 기장이든 모든 조직의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게 된다. 자격증만 있으면 누구나 선장이나 기장이 되고 또한 리더가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리더가 되어서는 안 된다. 어느 자리든 그 직을 감당할 수 있는 뛰어난 기술과 풍부한 전문성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다. 하지만 실력만 있다고 훌륭한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지도자로서 기본적·도덕적 덕목을 갖추어야 한다.


무엇보다 멸사봉공(滅私奉公)의 덕목이 요구된다. 리더는 자기를 희생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보다는 남을 위하고 공(公)을 앞세워야 한다. 위기상황을 맞이하여 생사의 절박한 갈림길에서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남을 구한다는 것은 말과 같이 쉽지 않은 일이다. 모든 승객이 탈출하는 것을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선장이 배를 떠나야 하는 것은 도덕적 의무이자 기본적인 책무다. 하지만 자기만 살자고 수백 명의 승객을 버리고 허겁지겁 탈출한 것은 리더로서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행동이다.


리더이기 때문에 자기희생을 요구하는 것이다. 조직의 책임자이기 때문에 사사로운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리더가 사적 이익에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 리더가 사심을 버리지 않으면 공정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 리더가 비리에 연루되는 것도 사익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리더가 공정성을 상실하면 권위를 잃게 되고 부패하면 존경을 받지 못한다. 리더가 도덕적 권위를 상실하면 리더의 생명은 끝장이다. 자기희생에 대한 투철한 각오가 없으면 리더가 될 생각을 접어야 한다.


리더에게는 위기관리능력이 요구된다. 리더가 위기 시에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어떤 선택과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서 많은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관리 리더십을 발휘하면 더 큰 재앙을 예방할 수 있다. 배가 침몰하는 절박한 순간에 언제 하선명령을 내려야 할지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촌음을 다투는 긴박한 상황에서 올바른 결단을 내리는 능력은 리더가 갖추어야 할 필수덕목이다. 하지만 위기관리 능력은 하루아침에 길러지는 것도 어느 순간에 저절로 발휘되는 것도 아니다. 리더에게 풍부한 경륜을 요구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아무나 리더가 되어서는 안 된다. 실종자의 무사구출을 간절히 소망한다.




인하대학교 사범대학 홍득표 명예교수 ☎010-5335-7866(CP), E-mail: hongdp@in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