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학교_홍득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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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이 되는 소유는 무소유만 못하다" 2010/04/18
홍득표 님의 글입니다.

2010년 11월이면 결혼한 지 만33년이 된다. 오랜 세월을 남남이 만나서 희노애락을 함께 했다. 집 사람 귀한 것을 느끼기 시작하는 것을 보니 나이가 들긴 든 모양이다. 33년 가깝게 살면서 집 사람에게 존경한다는 말을 한번도 한 적이 없었지만 며칠 전 처음 그 말이 입에서 튀어 나왔다.


집 사람 승용차를 바꾸려고 차종을 이것 저것 생각하고 있었다. 직장에 다니면서 자력으로 외제차를 사서 타는 두 딸은 자신들의 경험 등에 비추어 기왕에 장만하는 것 모델 변화도 적고 엄마 나이도 있고 오래 타야 하니 외제차를 사라고 구체적인 차종을 추천하였다. 공교롭게 두 딸이 추천하는 차종이 똑 같았다. 자기 물건 명품하나 장만한 적 없이 평생을 검소하게 살아오고 있는 집 사람이기에 나도 동의했다.


작은 딸이 사전에 약속해 놓은 매장에 저녁시간에 가서 두 딸이 추천한 차종도 보았고, 근처 다른 매장에도 들려 보았다. 국산차와 성능이나 가격을 수평 비교할 수 없지만 차가 좋아보이고 한번 타보고 싶은 욕심이 났다. 집 사람의 눈치를 보니 내심 사고싶어 하는 것 같았다. 집 사람이 원한다면 큰 마음 먹기로 했다. 그리고 대략 어느 차종의 어느 모델을 산다는 데 묵시적인 합의가 이루어졌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집 사람이 자동차 이야길 꺼냈다. 간밤에 자동차에 대한 꿈을 꾸었다고 하면서 외제차 사는 것을 포기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유인 즉 한마디로 "자동차가 짐이 되어서 되겠느냐"는 것이었다. 자동차는 생활에 편리한 수단이어야 하는데 자동차 때문에 부담을 느끼고 자동차가 짐이 되면 불편하다는 것이다. 주차해 놓고 혹시 남의 차가 받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주위에서 좋은차 탄다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싫고, 또 대학교수 부인이 무슨 돈이 많다고 그런차 타느냐고 수군대는 것도 부담스럽고, 기타 등등..... 많은 이유 때문에 포기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 순간 처음으로 "당신 존경한다"는 말이 튀어 나왔다. 그 말을 전해 들은 두 딸도 엄마의 선택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역시 우리 엄마야" 하면서 "I love Mom"을 연속했다. "부담스러운 소유는 소유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는 신 무소유 버전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 


집 사람 이야길 하여 팔불출 대열에 합류하는 한이 있어도 남기고 싶었다. 이 이야기가 외제차를 타는 것이 나쁘다는 의미로 오해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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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학교 사범대학 홍득표 명예교수 ☎010-5335-7866(CP), E-mail: hongdp@inha.ac.kr